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錢 - Money

2009년도 가계부...


    누구나 어렸을 용돈 기입장을 썼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로 어렸을 꼼꼼히 적는 것을 좋아하여 자의반 타의반으로 세세하게 적었었는데, 고등학교 때 기숙사에 들어가고 남자고등학교의 호탕남 분위기에 휩쌓이다가 보니 자연스레 그런 습관이 없어졌다. 금전에 대해서 별 생각없던 시절이 어느 덧 지나서 나의 소비에 대한 의심과 불안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해 2월부터 나름 괜찮은 엑셀로 된 가계부를 사용하여 내 소비 형태를 정리하고 있었는데... 몇 달이 지나서 내 소비 구조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을 때 즈음에 엑셀 파일이 통째로 날라갔던 것이다. 내가 백업을 소홀히 했던 탓도 있었겠지만 그 사건으로 인한 파장 때문에 한동안 가계부는 쳐다보지도 않고 돈을 그냥 생각나는대로 썼었다.

    내가 연봉 1~2억 정도 되는 사람이면 얼마나 좋았으랴. 계획 없이, 생각 없이 돈을 사용하다가 보니 어느 순간 폭탄을 맞게 된 것이다. 카드 값의 더미에 쌓이게 되고 월급은 입금되는대로 없어지는 입에 넣은 솜사탕 꼴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참 다행으로 정신줄을 아예 놓지 않은 점은 적금은 꼬박꼬박 어떻게 불입을 했었다는 점) 거기다가 엄친데 덮친 격으로 10월과 11월에 캐롤킹 러쉬가 진행되고 불미스러운 일까지 생기면서 사상 초유의 카드값을 맞이하게 된다. 조금만 뻥을 섞자면 10월부터 12월까지 쓴 카드값을 모았다면 혼수 용품을 다 살 돈이 나왔을거다. 모.조.리.다. 결국 엄청난 불안감에 휩쌓이면서 나는 다시 가계부에 몸을 담기 시작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시 가계부를 쓰자! 하고 간단히 말을 할 수 있는 마인드는 아니었다.

    이미 예전에 한번 가계부 자료가 통째로 날아가버린 경험이 있어서 나에게 가계부 선택은 매우 신중하게 그리고 치밀하게 이루어졌다.

    가장 우선적인 문제는 자료의 안정성이었다. 이 자료가 없어질 염려가 없는지가 내 첫번째 조건이었다. 자료가 소실됨에 따라서 생기는 상실감의 깊이는 당해본 자들만이 알 수 있으리라. 이 문제 때문에 블루노트 처럼 FTP로 자료를 실시간 백업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을 찾았는데 업로드될 계정 관리하는 문제도 있을 것 같고 계정을 사용하기 위한 사용료 또한 돈이기 때문에 다른 방법으로 우회하기로 했다.

    안전성을 고려하고 선택할 수 있었던 두 번째 어플리케이션은 웹기반 가계부들이었다. 이전에 잠시 모네타 미니가계부를 사용해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그정도 되는 사이트의 자료가 날라가기는 내가 회사에서 승진되기보다 어려울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큰 장점으로 작용되었다. 게다가 이미 설정이 거의 다 되어있어서 바로 사용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과 어디서든 인터넷만 되면 펼쳐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문제라면 웹기반의 가계부가 너무 많다는 점과 왠지 웹상에 띄워놓으면 누가 볼 것 같다는 점이 걸렸다. 그래서 일단 웹기반 가계부들은 잠시 유보하기로 했다.

    추천 가계부를 여기저기서 찾아보다가 찾게 된 리채가 눈에 확 띄었다. 컴돌이는 어쩔 수 없이 파워 유저를 위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에 약하다. 기능을 중요시 여기는 편인 나는 '강력한 기능'을 가진 리채에 굉장히 관심이 갔다. 결국 따로 백업을 해야한다는 단점을 가진채로 며칠 사용해봤었는데... 내가 일주일 써보고 내린 결론은 '난 파워풀한 가계부가 필요한 정도가 아니다' 라는 것이다. 유일하게 하는 금융권 거래는 적금과 예금 그리고 가끔의 펀드 뿐인데 리채는 그보다 더 강력하게 동산, 부동산, 등의 자산을 관리할 수 있고 세세한 설정까지 가능해서 나에게는 너무 버거웠다. (처음 시작할 때 첫 지출을 적기 전에 설정하는 시간이 약 2시간 걸렸다) 결국 리체는 너무 파워풀하기에 연약한 내가 사용하기에는 무리인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리채 이후로 다시 돌아오게 된 곳은 웹기반 가계부들이었다. 사용하기 편하고 자료가 안정적인 것으로 무난한 가계부로 돌아오게 된 것. 그런데 참 아이러니컬하게도 타이밍 좋게도 리채를 딱 접고 새로운 것에 눈을 돌리고 있을 때 네이버 가계부가 나오게 된 것이다. 네이버의 가계부는 모네타와 꽤 비교가 되었다. 간단함은 모네타가 더 좋았지만 디자인은 네이버의 압승. 기능은 전체적으로 비슷했지만 네이버는 수입/지출의 항목을 수정할 수 있어서 세부설정에 더 강했다. 게다가 카드 내역서의 불러오기 기능은 꽤나 센세이셔널하다고 할 수 있어서 결국 내 마음의 가계부는 네이버로 결정이 되었다.

    이제 네이버 가계부를 쓰게 되었는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이제 좀 진지하게 쓰면서 카드값도 이제 다 청산했고 조금 더 아끼고 모으면서 가계부의 활용을 대폭 늘려야겠다. 급마무리한 감이 없잖아 있지만 나도 밥은 먹고 살아야하고 곧 우리 회사 밥 시간이고... 결정적으로 눈치가 너무 보인다. 그런데... 나도 곧 네이버 가계부에 '내 목표' 이런 글 쓰고 있으려나? 그런건 너무 쪽팔리는데...

    (각 가계부에 대한 세부 평가도 한번 나중에 올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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